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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2 기록/해피라이프, 생생정보통

워킹 데드 시즌 8, 마무리가 아쉬운 이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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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드라마 리뷰는 안쓰는 편이지만, 워킹데드의 자체종방을 기념하며 쓰는 글.


워킹데드 시즌 8이 끝났다.

올 10월 시즌 9가 또 나온다고 하지만, 내게 워킹데드는 시즌 8이 끝일 것같다.

매 시즌 끝날 때마다, 엉엉 다음 시즌 언제나와 목빠져라 기다렸었는데 이제 기대가 없다.

허무한 마음에 리뷰들을 찾아봤더니 나와 같은 마음인 애청자들이 꽤많더라.

그런 의미에서 적어보는 워킹데드, 마무리가 아쉬운 이유3.



1. 공감할 수 없는 릭의 결정.

워킹데드가 매 시즌 인기를 이어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공감대 형성"이었다고 생각한다.

매 회 벌어지는 위기 상황 속에서,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라는 물음을 던져 온 워킹데드.


상황에 몰입한 우리는 같이 또 각자 고민해왔지만, 그 가장 큰 축에는 <릭>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정의로운 경찰관에서 아내를 잃고 비극으로 빠지기까지, 동고동락했던 동료들을 잃고, 삶의 목표였던 자식을 잃기까지,

우리는 <릭>과 함께 굳건히 믿어온 정의에 의심을 피우고, 번뇌하고, 혼란을 겪는 모든 과정을 함께했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모두가 그랬겠지만) 나는 정말 '글렌'의 죽음에 목 놓아 울었었는데,

네간이 글렌을 한번 한번 내리칠 때마다

그 동안 함께 해왔던 시간과 그 동안 쌓아왔던 애정, 생사의 기로에서 함께 숨을 멈추고 만들어온 끈끈함이 글렌의 머리와 함께 짓이겨지는 느낌이었다.

정말 세상 처음보는 잔인한 살인장면이 자극적이었기 때문도 있겠지만, 무튼 내게는 내가 짓이겨지는 것 같은 충격을 준 장면이었다.


그래서 이후, <네간>과 함께 하면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했음에도, 그의 능글맞음과 노련함과 섹시함....은 정말 충분히 매력적이었음에도

<글렌>의 죽음은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러기에 이번엔 릭과 함께 공감할 수 없었다.

릭은 글렌을 가장 아꼈던 사람이고, 형제라고 생각했으며, 글렌의 처참한 죽음까지도 바로 옆에서 본 사람이다.

정의를 다시 실현한다면 네간의 죽음 이후에 실현되었어야 했고, 본보기를 보이고자 했다면 네간의 죽음으로 보여졌어야 했다.

복수가 모든 답은 아니지만, 절대 용서가 안되는 것들이 있다.

어떻게 형제의 머리를 짓이겨 죽인 사람과 한 공동체에서 같이 살아갈 수 있을까.

감옥에 가둬놓는다 해도 나는 못한다.


만약 칼이 글렌처럼 죽었다 하더라도, 릭은 그를 살려둘 수 있었을까.




2.  네간의 목숨은 릭의 결정권이 아니다.

<글렌>의 죽음이 불러온 복수극에서 <네간>의 목숨은 릭이 결정할 부분이 아니다.

릭은 여태 팀을 이끌어온 리더지만, 글렌은 메기의 남편이었다.

사랑하는 남편의 죽음을 옆에서 본 아내, 네간의 죽음은 <메기>에게 결정권을 주었어야 했다.

가족같은 사이와 가족은 다르다.

릭이 가족의 결정을 대신해서는 안된다. (지가 뭐라고!!!!!)


릭이 의사에게 네간을 살려, 라고 말하는 순간 무너지는 메기.

그런 메기를 붙잡고 나가지 못하도록 막는 미숀.

미숀이 메기의 입장이었어도 그럴 수 있었을까, 여태 봐온 에피 중 가장 못마땅한 선택이었다.


죽은 아들의 뜻을 따르기 위해, 친구이자 가족과 같았던 사람의 아픔은 무시해도 된단 법이 어딨나.

게다가 칼의 뜻은 네간을 죽이지 말아라가 아니라, '싸우지 않아도 살 수 있다, 정의는 아직 있다' 였다.

심지어 칼이 네간을 죽이지 말라했다 치더라도, 칼 또한 네간의 죽음에 결정권은 없다.

칼의 죽음은 슬펐지만, 칼은 글렌이 아니며, 칼의 용서는 글렌의 용서가 될 수 없다.

세상 제일 이기적인 선택이었다.



3. 앞으로 벌어질 이야기가 더 이상 보고싶지 않다. 

시즌이 시작할 때마다 워킹데드 팬들을 열광케 했던건, 기다려왔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궁금함,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호기심, 그들의 최종 승리를 보고싶은 기대감, 이런 것들이 모여 팬들을 흥분시켜왔다.


하지만 시즌 10에서는 가족 싸움이 벌어진다.

메기와 릭의 대립.


세상에서 제일 꼴불견인게 가족싸움이다.

게다가 자기 한 목숨 기꺼이 내어주며 서로를 지켜왔던 그들이었는데, 갈라서기 시작한다.

우리가 그동안 어떻게 싸워나갈지 궁금했던 것은, 선이 승리할 거라는 기대감에서 비롯된 그 과정이었지 가족 개싸움이 아니었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대립구조다.

궁금하지도 않고 기대되지도 않는다.


워킹데드는 시즌 8에서 끝났어야 했다.

네간의 죽음으로.

원작을 안봐 단정 짓지는 못하겠지만, 괜한 제작진의 욕심같아 아쉽다.




그래도 참 오래 같이 울고 웃고, 감사했다.

굿바이 워킹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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