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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2 기록/해피라이프, 생생정보통

[문화역 서울 284] 새공공디자인 2017: 안녕 낯선사람 "배려가 아쉬운 첫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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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 서울 284에서 진행하고 있는 새공공디자인 전시회 <안녕, 낯선사람>

이름처럼 낯선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입장하면 가장 먼저 강렬한 색색의 포스터들과 함께

이번 전시회는 기존 공공디자인의 변질된 의미를 되찾고자 하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는데,

새공공디자인의 매니페스토는 총 9가지로 간략히 아래와 같다. 

기존 공공디자인은 정부와 공공기관에 기생하며 권력과 경제적 이득 등을 좇았다. 이는 공공성을 파괴하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새공공디자인은 경제적 가치가 아닌 자본주의로 손실되고 있는 생태적,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가치들을 지향한다. 

우리는 '어떻게'가 아닌 '왜'를 고민하며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을 고민하며 창조적 대안을 찾는 실천적 디자이너들이다.




<첫번째 섹션 : 안녕, 낯선사람> 낯선이에 대한 배려는 어디있는가.

이 섹션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낯섦을 속에서 공존의 가능성을 찾아나가자는 취지의 다섯개 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묻고싶다.

"낯선이에 대한 배려는 어디있는가."


공생은 이해와 타협으로 서로 다른 톱니바퀴가 물려 나아가는 것이다. 이는 서로의 다름에 대한 배려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첫번째 섹션에는 다름에 대한 배려를 찾을 수가 없었다.

공생, 공존, 존중 등을 논하는 사람의 태도라기엔 너무나 한쪽으로 치우친 시각이고, 섣부른 언어라고 느꼈다.


그 중 가장 불쾌했던 파트는 <D. 봄알람 : 잃어버린 임금을 찾아서>.

다양하게 전시된 판넬 중 가장 황당한 하나를 찍어왔다.

사진의 아래에는 '슈퍼맨'의 출연료는 160만 달러임에 비해 원더우먼의 출연료는 30만 달러라는 그래프가 나와있다.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 의심이 드는 지표다. 여자가 남자보다 몸값이 낮다고?

그렇다면 모든 영화 작품들 중 여자 주연배우의 출연료가 남자 주연배우에 비해 낮을까?

출연료는 단순 배우의 성별로 결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배우의 연기력, 인지도, 이전 출연 작품, 작품 예산, 심지어 작품관계자와의 친분까지, 다양한 부분이 영향력을 미친다.


하나만을 예시로 가져왔지만, 이 파트에는 새공공디자이너라기보다는 <잘못된 페미니스트>의 주장이라고 보여질만한 섣부른 자료들이 많았다.

오히려 뻔하지만, 한 프로젝트 내 경력과, 기여도가 동일한 두 사람의 임금차이를 보여주었으면 이렇게 황당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자료들을 두루뭉실하게 토막내지 않고 한 주장만을 위해 이용하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행동이다. 


나는 여성이며, 사회에 분명 존재하는 여성들의 한계를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한사람이다.

하지만 그만큼 남성들의 사회적 한계 또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단순 임금적 측면에서는 성별에 따른 차이가 존재하더라도, 개선을 위해서는 단순 임금을 넘어 다양한 분야의 문제를 함께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역차별의 목소리가 생길뿐더러, 차별 받는 대상들의 대립이 심화되어 분쟁이 생길 우려가 있다.


성별에 따른 임금차별을 논하고 싶었다면, 남성들 또한 인지하고 수긍할 수 있을 만한 근거를 논리적으로 보였어야한다.

그것이 차별의 대상이 되는 저임금 여성과, 차별을 인지해야하는 남성에 대한 배려의 기본이다.

단순 여성이라 유리천장이 있고 임금이 낮다는 식의 주장은 <공정한 척>하는 겉핧기 식 공정성일 뿐이다.

"어떻게"가 아닌 "왜"를 지향한다는 새공공디자인 맹세의 첫발조차 제대로 지켜지지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구성적인 측면으로 아쉬웠던 부분도 많았지만, 그 중 C. 자율디자인 랩. 

사진에서 보이듯 다양한 작품들의 이름과 용도를 앞과 뒤에 모아서 적어두었다.

굉장히 불편하더라.

자리도 많더만 작품마다 설명을 적어두었다면 보는사람 입장에서 훨씬 편하고 집중도 있게 볼 수 있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역시 배려가 아쉽다.




두번째 섹션 : 안녕, 낯선 존재

두번째 섹션은 <안녕, 낯선 존재>

개인적으로 첫번째 섹션보다 훨씬 좋았다.



가장 먼저 잔인함과 아이디어가 돋보였던 파트 G. 슬로워크 (로드킬)

입장하면 이렇게 새하얀 벽이 보인다.

걸려 있는 것은 동물들의 실루엣과 함께 매년 로드킬로 죽어나가는 그 숫자.


저기서 하나를 고르면 옆 테이블에서 저 은색 스템프 위에 카드를 놓고 찍으라고 안내해주신다.


뭔가했는데 이렇게 내가 고른 고라니 위에 발자국이 찍혀나왔다.

이 카드는 빨간색 끈을 묶어 책갈피로 가져갈 수 있다.

발자국에 깜짝 놀랐지만, 현실은 더욱 잔인할텐데 모른척 이정도로 유난떠는 건 가식이겠지 싶어 씁쓸했다.



아기자기 기분좋았던 I. OIMU (CONNECT)


오이뮤 선향, 옛 족자, 성냥 등 없어져가는 옛 물건들을 되살려 현대에서도 재쓰임가능하게 하고자하는 취지의 파트. 

이제는 쓰이지 않는 성냥을 어떻게 다시 쓸 수 있을지에 대한 설득력은 조금 약했지만, 

방향제 대신 선향을 놓고, 벽에는 복을 불러오는 족자를 집에 놓게 되는 상상은 기분이 좋더라.

오이뮤 선향.

복을 불러오는 족자들.

이런 디자인이라면 집에 걸어놓고 싶다.


생각지 못해 재밌었던 파트 J. 마을에 숨어 (안녕, 둔춘주공아파트)


단칸방, 창도 없고 벽도 얇은 그 곳,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아 위험한 곳, 하지만 현대인들에게 더욱 필요해지고 있는 곳, "원룸"

하나의 거주형태로 자리잡고 있음에도 더욱 더 집으로서의 가치를 잃어가는 원룸을 제대로 된 <거주공간>으로 지켜내자는 취지의 전시다. 

과거 처음 지어졌던 1.5룸 아파트 둔춘주공아파트를 직접 찾아가 사진찍어 전시했다.

평수는 고작 7.5평일 뿐인데 이런 구조가 가능하다니, 이런 원룸이 확산된다면 싶은 간절함이 생긴다.


설명을 읽기전 마음에 들었던 사진.

색감이 따뜻해서 좋았다.


설명을 읽고난 후 마음에 든 사진.

원룸에 이런 거실이 있을 수 있다면, 꿈만 같아 좋았다.



두번째 섹션에서 다룬 생태적, 문화적 가치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로 전환점을 제시할 수 있었으나, 첫 섹션의 사회적, 정치적 가치들은 한계가 많았다.

아마 두번째 부분보다 논란과 갈등의 여지가 많은 부분이라 더 힘들었을 수도 있다.

이제 첫발인 새공공디자인인만큼, 더욱 편협하지 않은 시각으로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공정하게 바라보며 정말 다름을 포용할 수 있는 가치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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