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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2 기록/그 영화, 그 음악

영화 <더 킹> 아쉬운 페이스/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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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성에 정우성, 화려한 조합으로 개봉전부터 뜨거운 기대를 받으며, 그 이름답게 개봉직후 1위를 차지한 영화 <더 킹>. 하지만 설 연휴를 넘으며 현빈과 유해진의 <공조>에 1위를 빼았겼다. 게다가 10점과 1점 사이 평점도 극명히 갈린다. 지극히 지루하다는 사람들과 명작이라는 사람들. 그래서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직접 보고왔다.


개인적인 평점은 5점 만점 3점.
먼저 영화 구성이 좀 지루하다. 좀 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었는지 정성스레 조인성의 나레이션으로 장면들을 넘겼다. 중반까지는 역대 대통령에 따른 정치 변천사를 되짚어가며 사건을 끌어나갔는데 다큐멘터리인줄 싶은 느낌도 있었다.


전하고자 한 의미도 알겠고, 목적에 맞춘 흐름도 괜찮았다. 다만, 강약 조절이 아쉬웠다. 감독이 보여주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았던 나머지, 줄여야할 장면을 지지부진하게 나열했다. 대박 캐스팅에 민심을 공략한 주제로 예상된 기대작이었던 만큼, 한재림 감독의 애정과 욕심이 과하지 않았나 싶다. 세상 돌아가는 것부터 더러운 뒷배경, 그 안에 개인의 역사와 그들의 주변 관계까지. 크게 작게 그 모든걸 꾹꾹 눌러담고 싶었던 감독의 욕심이 커지다보니, 영화는 조임이 부족했고, 방아쇠가 당겨졌지만 쾌감은 적었다.


배우이야기를 해보자면, "좋은 배우를 데려다가 왜 이렇게 쓰냐", 라는 혹평이 이해가 갔다. 확실히 배우를 잘 못살렸다. 역시 강약의 문제다. 특히, 정우성이 아쉽다. 화면 편집만 좀 잘했어도 정우성이 숨쉴수 있는 장면이 꽤 있었는데, 모든것에서 주인공인 조인성을 놓지 않으려다보니 결국 또 다른 주연이었던 정우성이 결국 조연이 됬다.


게다가 아무리 조인성이지만 고등학생 이하 나이대를 직접 연기한 건 조금 양심 없었다. 시대가 바뀌는 걸 보여주면서, 고등학생, 대학생, 성인 모두 같은 조인성이라니. 화장이라도 좀 다르게 잘 좀 시켜보지. 조인성을 대신할 아역 찾기가 어디 쉬웠을까마는, 그래도 약 10년을 같은 얼굴로 사는 조인성 옆에 어릿한 류준열은 집중도가 조금 깨질 수 밖에 없었다. 아, 물론 류준열은 정말 멋있었다. 정우성과 조인성 옆에서 연기를 그렇게 잘해낼줄은 예상치 못했다. 본인만의 느낌을 제대로 보여준 덕에 이번에 그의 힘을 새롭게 발견했다. 조합이 약간 서먹했지만, 각각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좋았다.

칭찬할만한 점은, 시기를 굉장히 잘맞췄다. 누가 이 판의 왕을 노리는가, 판을 누가 흔드는가, 짜여진 것을 넘어 본질을 봐야 한다는 메세지를 필요한 때에 아주 잘 던졌다. 유권자라면, 시민이라면, 당연 모두가 생각하고 곱씹어야 할 물음을 이 영화가 남겼다.


특히 전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잠깐 비춰진 박근혜의 모습은 정말 짜증을 제대로 유발하는데, 이 장면은 아마 이 시기에 맞춰 영화제작 이후 조심히 넣은 장면이 아닐까 생각 들 정도다.


의미는 있었다. 분명히 생각해야하고, 곱씹어야하며,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그 것. 탄핵판결이 머지않았다. 대선도 머지않았다. 우리의 판도 또 다시 흔들리고 있다. 분명히 봐야한다.

나는 정우성의 말이 가장 뇌리에 남는다. "역사를 왜 배우는가. 독립운동가는 매달 보조되는 60만원이 없으면 굶어죽고, 친일파는 떵떵거리며 산다. 권력의 옆에 자존심을 버리고 붙어 있어라. 우리의 역사는 그렇게 흘러왔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가장 수치스러운 대사가 아닐까.

그러므로 이 영화는 우리에게 또 다른 메세지를 준다. 바로,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 말을 자랑스럽게 내뱉었던 정우성의 몰락은 단순 권선징악 같은 뜬구름이 아니라,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므로 내가 곧 역사임을 외치는 그 힘들에게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힘을 가진 것이 누구인지, 당신들의 죄값이 어떻게 치뤄지는지, 우리의 역사는 당신의 손아귀에서 결코 끝나지 않을 것임을. 그러기 위해서는 한 나라의 주권자로서 흔들림없이 본질을 보아야한다. 그것이 이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메세지가 아닐까 싶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한줄 평을 하자면, 메세지는 좋았지만 과하게 틀안에 모든걸 구겨 넣다보니 시원하게 터지질 못한 영화, <더 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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