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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엔 잠들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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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엔 잠들기가 힘들다.

괜시리 침대에서 일어나 노래를 틀고 기어코 맥주나 와인을 딴다. 그리고 집안을 청소하거나, 책을 읽거나, 다이어리를 끄적이며 또 다시 다가올 일주일이나 앞으로의 내 미래, 1년 후나 10년 후까지도 계획을 세우곤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아주 재밌어야 한다. 밤새 옛날 가요를 틀어놓고 고스톱을 쳐도 좋고, 뜬금없이 미드 한 시즌을 정주행해버려도 좋다. 술 한모금과 함께 인터넷 쇼핑을 하며 생각 없이 지르기도 한다. 내 소비가 토요일에 빈번히 일어나는 이유다. 평일에 뜬금없이 배달오는 택배를 받으면 내 스스로가 한심하면서도 기분은 좋다.

금요일은 복불복이다.
이번 주는 야근해야하는데 튀었다. 월요일의 나야 부탁해... 목요일도 10시까지 야근했는데 금요일까지 야근하면 너무 슬프니까. 그렇다고 금요일에 야근하면 월요일에 편할 것 같지도 않았다. 망할. 그래서 냅다 튀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2년차에 접어들면서 깨달은 것 중 정말 중요한 것은, 기일이 있는 일들은 그만큼 빡세고 부담스럽고 힘들지만 어찌됬던 그날에 끝난다는 것이다. 일주일 내내 야근을 해도 다음주 월요일에 끝나고, 일주일 중 이틀만 야근을 해도 다음주 월요일에 끝난다. 어짜피 내가 해야하는 일들이고 결국 해내야만 한다는 걸 안다. 그랬더니 지옥같던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어짜피 다음주 월요일도 예정된 지옥이다. 하루라도 좀 편해야겠다. 그래서 금요일엔 가능한 칼퇴다.

무튼 금요일은 이러한 이유로, 어쩔때는 불태우는 정렬의 밤이, 어쩔때는 아무것도 안하고 침대에 누워있는 힐링이 필요한 날이다. 그러고 나면 토요일이다. 젠장.

그런데 더 싫은 건 일요일이다. 눈 감을 수가 없다. 감았다가 뜨면 월요일인걸. 월요병이 아니라 일요병이라고 해야지 맞지않나 싶다. 월요일이 싫다기 보다 다가오는 월요일을 느끼는 일요일이 싫은거니까. 어찌됬던 길게 말할 것 없이, 일요일 또한 이러한 이유로 반나절 밖에 없다. 딱 저녁 먹기전 4시까지만. 그 이후에는 나도 모르는 초조함과 우울함이 다가온다.

그렇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일요일을 맞는 토요일이 가장 쉽게 잠들 수 없는 밤이 된다. 일요일은 다음날 출근해야하니 억지로라도 눈을 붙이지만, 토요일엔 적어도 일찍 일어나야할 걱정 따윈 없다. 그래도 시간이 아까워 가능한 늦잠은 가능한 피한다. 벌써 두시가 다되간다. 세시되면 자야지. 무슨 말을 쓰려는 의도는 없었다. 그저 토요일이 지나가는게 아까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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